'뜨거운 감자' 된 공매도 금지 예외조치…당국, ETF 내팽겨치나 [금융당국 포커스]

입력 2023-11-09 17:28   수정 2023-11-09 23:10


금융감독당국이 시장조성자(MM)와 유동성공급자(LP)의 공매도 거래에 대한 예외적 허용을 재고하는 모양새다.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주가가 공매도 금지 조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자 일부 개인투자자 모임이 모든 거래 주체에 대한 공매도를 전부 막으라고 주장하는 까닭이다. 당국 안팎에선 중장기적으로 국내 시장 유동성을 확 줄일 수 있다며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시장조성자 공매도 금지시 영향 따져볼 것"
9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시장조성자 등의 공매도를 막을 경우 투자자 보호나 우리 시장 발전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의 공매도 금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부터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거래를 전면 금지했으나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에 대해선 예외를 인정했다. 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증시 급락 등 앞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을 때도 같은 예외를 뒀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는 해당 시장에서 유동성을 공급해 시장을 형성하고, 투자자 보호를 하는 나름의 역할이 있다"며 "이때문에 과거에도 금지를 적용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금융감독원에 시장조성자 등의 공매도 관련해서 특이사항이 있는지 조사를 하도록 요청했다"며 "가격 변동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공매도가 늘어난 측면에 대해서는 금감원과 조사를 해보겠다"고 했다.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있었는지 등을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상은? 금지 이후 사흘간 시장조성자 공매도 10억원 밑돌아
이날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금지 전후 공매도 거래동향 세부 내역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공매도 금지기간인데도 공매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일부 개미투자자들의 지적이 잇따른 영향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발효일 이래 공매도는 대부분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를 통해 이뤄졌다. 소량이었던 파생시장 시장조성자의 거래는 없어지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7일 시장조성자들에게 이달 중 시장조성 의무를 사실상 면제하자 당정 등의 눈치를 본 시장조성자들이 거래에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공매도 거래 금지 첫날인 지난 6일 국내증시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1969억원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321억원, 코스닥에서 1648억원만큼 거래가 이뤄졌다. 9억원어치만 빼고 전부 ETF 유동성공급자 물량이었다.

이날 코스닥에서 공매도 거래량은 481만2084주로 지난 3일(437만5436주)에 비해 9.98% 많았다. ‘공매도 금지 첫날 공매도가 더 많았다’는 일부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나온 대목이다. 코스피에서 공매도는 44만7314주로 직전의 26.6%에 그쳤다.

이후로는 공매도 금액과 거래량이 모두 금지 전에 비해 감소세다.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는 거래 금지 둘째날인 지난 7일엔 코스피 53만6624주, 코스닥에서 225만5529주를 공매도했다. 금액으로는 코스피 506억원, 코스닥 935억원이다. 이날은 1000만원어치를 제외한 물량 모두가 ETF 유동성공급자에게서 나왔다.

지난 8일 이뤄진 코스피 26만1652주(250억원어치), 코스닥 55만6288주(237억5000만원어치) 공매도 거래는 전부 시장조성자가 아니라 ETF 유동성공급자 물량이었다.
공매도 대부분인 유동성공급자...왜?
ETF 유동성공급자의 공매도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이렇다. ETF는 기초지수나 ETF가 담고있는 종목의 주가 추이를 추종한다. 하지만 각 종목 주가 추이에 맞춰 ETF 가격이 자동조정 되는 건 아니다. ETF 거래 수급이 가격에 영향을 준다. 기초자산 가격이 급등락하는 와중 손바뀜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초자산과 ETF간 가격 추이가 점점 동떨어지는 '괴리 현상'이 심해지는 이유다.

이를 막기 위해 ETF 매수·매도 양쪽으로 주문 물량을 넣어 시장의 ‘호가 좌판’을 촘촘하게 만드는 게 유동성공급자의 역할이다. 어느 가격에든 거래가 체결되면 유동성공급자는 이를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 이때문에 유동성공급자는 위험회피(헤지)를 위해 공매도 주문을 활용한다. ETF를 매수할 경우라면 기초자산 종목을 매도하는 식으로 헤지하는데,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은 경우 차입 공매도를 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유동성공급자가 차익을 내는 건 아니다. 애초에 양방향 주문을 동시에 넣어야 하는 구조라서다. 대신 ETF 발행 자산운용사로부터 거래를 원활하게 해줬다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통상 ETF 발행사와 계약을 맺은 별도 증권사가 유동성공급자를 맡는다.
공매도 다 막으면 ETF 괴리율 커져…"피해는 투자자가"
이때문에 유동성공급자까지 공매도를 막으면 피해는 ETF 개인투자자들이 본다는 게 증권가의 경고다. 기초자산과의 괴리율이 커지면 ETF 손바뀜이 급격히 어려워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기초자산 가격이나 지수 추종을 하지 못하는 ETF는 사실상 투자 가치가 없다.

김인식 IBK 연구원은 “LP들은 시장 스프레드가 큰 경우에 호가 제출 의무를 갖는다"며 "공매도 금지 조치로 유동성 공급에 소극적이게 되면 ETF의 괴리율 확대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한국거래소는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에 대해 공매도를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은 결국 시장참가자의 거래 편익을 위한 조치"라며 "이들의 차입공매도 과정에서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이가 줄어들고, NAV 괴리율이 줄어든다"고 이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의 공매도 자체가 주요 종목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로’에 가깝다”며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펀더멘털과 관련없이 올랐던 이차전지 주가가 다시 떨어지자 불만을 가진 개인투자자들의 주장에 금융위가 끌려다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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